찬양의 사전적 의미는 ‘하나님을 높이고 그 행적을 기리는 말이나 노래 혹은 그 모든 행위’를 일컫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은 가장 귀한 신앙의 표현입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의 안방과 아버지의 사랑방을 번갈아 다니며 잠든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아버지의 방에서는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고, 어머니와 잘 때에는 어머니가 부르시는 찬송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습니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주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어느새 일어나 새벽기도를 가시는 어머니의 발걸음 소리와 찬송 소리를 들으며 유년 시절의 신앙심을 키워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유대의 산골 동네에 살았던 엘리사벳을 방문하였습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만나 인사할 때, 엘리사벳은 태중의 아이가 기뻐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성령으로 충만해진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축복했고,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하나님을 찬양하였습니다. ‘마리아의 찬가’(Magnificat)로 불리는 오늘 본문은 그 내용과 형식이 사무엘서에 나오는 한나의 노래와 아주 비슷합니다. 늙은 나이에 이르도록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임신을 하게 된 엘리사벳과 한나의 처지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복음서 중에서도 누가복음은 사회적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복음서입니다.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은 소외 계층인 세리와 죄인, 가난한 자, 여인, 사마리아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시고 그들과 빈번히 어울리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약자였던 마리아는 이 찬가를 통해 자신의 비천한 처지를 돌보아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회적 변혁은 예수의 잉태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노력에 의한 완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 개입의 결과입니다. 마리아의 찬가에 비쳐진 하나님은 개인만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해 역사하는 하나님이시며 과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구원 행동을 펼치시는 분입니다. 이러한 돌보심이 나에게 동일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할 것입니다.”(48, 새번역) 마리아의이 고백이 오늘 내 고백이 될 수 있습니다.